追募의 書
一喜一悲하지 않는 의연함으로, 돌아오지 않는 화살 같은 비장함으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2008.8.26 회장님, 10년 전 오늘 회장님께서 떠나시던 날, 세상 사람들은 경제계의 큰 별이 졌다고 비통해 했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희는 느낄 수가 있습니다. 별은 비록 졌지만, 그 빛과 온기는 그대로 남아 저희와 늘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을 말입니다. 회장님 가시고 SK는 큰 위기를 맞아 힘에 겨운 적도 있었습니다. 이러다가 회장님의 遺志를 받들지 못하면 어쩌나,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대로 쓰러지면 어쩌나, 모두가 절치부심하였습니다. 만약 회장님이 계셨다면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셨을까, 사무치게 그립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저희는 두 손을 모아 하늘에 기도를 올렸습니다. 저희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이 난관을 극복하고 일류기업으로 거듭나 그 보람과 열매를 세상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 간절함이 하늘에 닿아 그곳에 계신 회장님께도 전해졌나 봅니다. SK는 벼랑 끝에서 기적처럼 희망과 용기를 되찾았습니다. 모두의 땀과 노력으로 SK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신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그룹 총매출은 두,세배 이상 성장한 80조원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또 주력 전 계열사는 생존 조건을 확보하여 3년 연속 커다란 흑자 경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무자원 산유국의 원대한 꿈을 갖고 전력을 다해 추진하신 원유확보는 현재 5억배럴을 넘어섰습니다. 그 어떤 기업도 시도하지 못했던 무자원 산유국의 꿈이 얼마나 원대했는지 저희는 실감하고 있습니다.
21세기는 정보화 시대가 될 거라고 늘 말씀하셨지요. 그렇게 시작한 정보통신 사업은 IT코리아의 중추신경이자 성장동력으로 자리 매김하였습니다. 중국ㆍ베트남ㆍ몽골 등 세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진출하여 평소 말씀하시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선봉이 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씨앗을 뿌린 신약개발, 신재생 에너지, 신소재 개발 등은 SK와 대한민국의 기간산업으로서 도약을 준비하며 오늘 이 시간에도 힘차게 제 갈길을 가고 있습니다. SK는 내적으로도 더욱 튼실해졌습니다. 주주가치를 높인 이사회 중심 경영을 정착시켰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였습니다. 안정된 경영을 바탕으로 SK는 모두가 인정하는 투명성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를 통해 각 사의 독립경영과 그룹 단위의 시너지 경영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돈은 버려도 사람은 결코 버리지 말라'던 생전의 가르침은 지금도 SK경영의 핵심이 되고 있습니다. 또 21세기 일류기업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회장님께서 직접 만드시고 가르쳐주신 SKMS는 열 두(12)차례의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인간위주의 경영을 통한 수펙스추구는 SK그룹 경영의 핵심가치로 더욱 발전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항상 나라의 경쟁력을 먼저 걱정하시며, 나라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강조하셨지요.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이라며 설립하신 고등교육재단은 5백명에 육박하는 박사를 배출하며 국가 동량 양성의 산실이 되고 있습니다. 민둥산에 어린 나무를 심으며 장학사업을 구상하신 회장님, 그 황량했던 산이 378만 그루의 무성한 숲을 이뤄 이제는 인재양성의 교육장이자 산실이 되었습니다. 회장님은 SK의 인재들이 '건강해야 일도 잘할 것'이라며 몸에 좋다는 설악산 계곡물까지 가져다 마시게 해주셨지요. 그 물을 마시고 자란 SK의 묘목들이 이제 거목으로 자라 회사의 기둥으로, 나라의 버팀목으로 놀라운 성과를 올리고 있음을 보신다면 회장님께서도 흐뭇하시겠지요. 자랑스러우시겠지요.
회장님! 천국에도 만약 휴가가 있다면 열흘만 휴가를 받아 한번 내려오시면 안 되시겠습니까? 열흘이 안 되시면 닷새, 그것도 여의치 않으시면 단 하루, 이틀이라도 오셔서 SK가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했는지 둘러보고 가시면 안 되시겠습니까. 정말로 그럴 수만 있다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저희는 들뜬 마음으로 회장님을 모시고 SK의 꿈이 실현되고 있는 세계 곳곳으로 다녀보고 싶습니다. 회장님, 그러나 저희는 이 모든 기쁨을 잠시 접어두려고 합니다. 냉정하게 저희 자신을 직시해보면,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기 때문입니다. 누가 보기에도 뛰어난 기업,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SK는 세계적 수준의 글로벌 기업이라고 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 그리고 모두와 함께 행복을 나누는 기업이 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좋다는 것에 만족하고, 자만에 빠지면 성장과 진화는 중단되고 말 것이라는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3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회장님은 늘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셨지요. 30년, 50년은 회장님 생각의 기본단위셨지요. 일류 국가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국가 경쟁력 강화 사업, 나라의 인재를 키우기 위한 장학사업, 무자원 산유국을 내다본 석유개발사업, IT강국 대한민국을 예견한 정보통신 사업,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비한 해외진출 등 모두 30년, 50년 앞의 일등국가, 일류기업을 내다본 혜안이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나면 늘 '회장님은 도대체 어떻게 알고 계셨을까'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앞을 멀리 내다보고 준비하고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 바로 지금이 그런 회장님의 가르침을 되새길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희는 一喜一悲하지 않는 의연함으로 돌아오지 않는 화살 같은 비장함으로 앞을 보고 미래를 향하여 매진하겠습니다. 회장님의 크신 뜻을 저희가 이루고자 하오니 높은 곳에서 언제까지나 저희에게 지혜와 용기를 북돋아 주십시오. 회장님, 이 순간에도 저희들은 느끼고 있습니다. 저 하늘 위에서 따뜻한 눈길로 저희를 바라보시는 회장님을 말입니다. 회장님께서 그리려하셨던 그 큰 꿈과 바램을 저희가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늘 저희 곁에서,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부디 평안하십시오. 2008년8월26일 SK의 구성원 모두를 대표하여 김창근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