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시·한국섬유개발연구원·현수막 제작사와 협업 체계 구축
- 화학적 재활용 현수막 200장 초도 공급…환경표지 인증·제도 정비로 정착 추진
SK케미칼이 경주시,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대한미디어·리앤생과 함께 폐현수막을 다시 현수막으로 만드는 협업 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화학적 재활용 현수막의 실제 공급에 들어간다.
SK케미칼(대표이사 사장 안재현)은 폐현수막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해 만든 현수막 200장을 경주시에 초도 공급한다고 6일 밝혔다. 화학적 재활용 현수막은 경주시 공공게시대 등 시민들이 오가는 곳에 게시될 예정이다. 이 현수막에는 일반 현수막과 구분이 가능하도록 경주시가 마련한 전용 로고를 넣기로 했다.
이번 공급은 SK케미칼과 경주시, 한국섬유개발연구원(KTDI), 대한미디어, 리앤생,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등 6개 기관이 올해 초부터 협업 체계를 다져 온 결과로 폐현수막을 수거해 원료화, 소재화, 현수막 제작과 검증을 거쳐 실제 사용까지의 상용화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경주시는 지난 7월 공공집하장을 새로 마련하고, 그동안 소각하던 폐현수막을 집하장에 모아 전량 자원 순환이 가능한 수거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거된 폐현수막은 분쇄·용융 등 전처리 과정을 거쳐 화학적 재활용에 투입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되며, SK케미칼은 이를 해중합 공정으로 재활용 원료와 소재로 생산한다.
원료를 실로 만드는 원사 생산은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맡고, 대한미디어와 리앤생은 재활용 원사로 현수막 원단을 만들어 제품화를 담당한다. 경주에 본사를 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완성된 화학적 재활용 현수막을 구매해 사용하는 수요처 역할을 맡는다.
품질도 확인했다. 섬유 전문기관인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평가 결과, 재활용 원료로 만든 원사는 석유 기반 원료로 만든 원사와 동등한 수준의 방사성과 섬유 품질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의 자원 순환 성과도 나타났다. 경주시에 따르면 공공집하장 운영 이후 관내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지난해 10%에서 올해 24.5%로 두 배 넘게 높아졌다.
경주시는 옥외광고협회와 협력해 불법 현수막까지 수거 범위를 넓혀나가는 한편, 이 같은 순환 구조를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해 관련 제도 정비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상시 운영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대한미디어와 리앤생은 화학적 재활용 현수막 원단의 환경표지 인증 취득을 추진 중이다.
폐현수막은 행사와 선거 등에 짧게 쓰이고 버려지는 대표적인 일회성 폐기물이다. 행정안전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에서 발생한 폐현수막은 약 5,400톤으로, 이 가운데 재활용된 물량은 33.3%에 그쳤다. 그동안 폐현수막을 장바구니나 마대 등으로 업사이클하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일회성 재활용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폐자원을 다시 원료화하는 해중합 기술은 폐현수막 문제 해결의 유력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해중합 기술은 폴리에스터를 분자 단위로 분해해 원료 상태로 되돌린 뒤 다시 중합하는 방식으로, 폐플라스틱을 잘게 부숴 다시 사용하는 방식의 물리적 재활용 기술로는 재활용이 어려운 저품질 폐자원의 자원화에 유리하다. 현수막은 폴리에스터 섬유에 코팅과 잉크가 더해진 형태를 지닌 대표적인 저품질 폐기물에 해당한다. 또 해중합은 재활용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아 폐현수막을 같은 용도인 현수막으로 반복적으로 순환시킬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고정석 SK케미칼 리사이클본부장은 “폐현수막 등 폐플라스틱 문제는 기업, 정부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이지만 개별 기업이나 지자체 차원에서는 근원적 해결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소재와 원사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지자체, 수요처까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합심해 내놓은 첫 결실로 향후 이러한 협력 모델 확대를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설명 : 폐현수막을 잘게 분쇄해 화학적 재활용 과정을 거쳐 재활용 소재를 만든 후 실을 방사해 현수막으로 제작하는 각 단계별 제품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