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경제 - 2002년 9월 12일자 -국내 대기업들이 5~10년 후에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신사업이 빠른 속도로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잘나가는 기업이나 힘겨운 기업이나 미래 수익사업을 찾아 심혈을 기울인 결과로 해외 선진업체들에 비해 2년 이상 앞선 사업들이 많아 주목된다. '2차전지'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삼성SDI는 지난 2000년 10월부 터 2차전지 사업에 집중 투자해 양산 개시 1년 6개월만에 '손익분기 점'을 넘어섰다. 지난 5월부터 월 판매량이 500만개를 넘어 수익이 나고 있는 것. 99년 하반기부터 2차전지를 양산한 LG화학도 지난달 판매량이 320만 개를 돌파해 3년만에 수지가 맞고 있다. 이같은 손익분기점 도달 속도는 세계 전지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 는 일본보다 2~3년이나 앞서는 것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정보기술(IT) 불황기였던 2000년과 2001년 공격적 인 투자를 단행한 결과"라며 "최근 휴대폰과 노트북PC 등 모바일 단 말기 수요가 급증해 리튬폴리머전지 등 2차전지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도 마찬가지. 삼성전자는 VCR과 DVD를 결합한 '콤보 DVD'를 2000 년 7월 세계 최초로 선보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만 110만대 가량을 팔아 이익률 14%의 고수익을 거둔 것. VCR에서 일본에 뒤진 ' 빚'을 갚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디지털TV의 꽃'으로 불리는 PDP TV(벽걸이형)에서 일본의 아성을 깨고 있다. 지난 98년 세계 최초로 60인치 PDP TV를 개발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연산 30만대 규모의 PDP 생산공장을 가동해 10여년 앞서 PDP를 개발 한 일본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 NEC의 경우 2000년에야 61인치 PDP TV를 개발해 LG전자의 PDP 개발이 1년 반 이상 빠르다. 철강업계도 신사업 성장세가 무섭다. 고철과 형강을 생산하는 INI스 틸은 국내 메이저 철강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중국에서 '굴삭기용 언더 캐리지(바퀴)' 사업에 뛰어들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2000년 7월 중국 칭다오에 현지공장을 세워 현재 중국 굴삭기 언더캐 리지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이 공장 매출액은 지난해 208억원에서 올해 320억원으로 껑충 뛰어 I NI스틸에 '효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중국이 북경올림픽 준비와 서부대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경우 건설 경기가 활발해져 언더캐리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한 게 딱 맞 아떨어졌다. 현대하이스코는 올 초 국내 최초로 첨단 자동차용 강판 공법인 'TWB( 맞춤재단공법)'에 진출해 최대 관건인 불량률을 2% 아래로 낮춰 4%대 의 유럽 선진업계를 압도하고 있다. TWB는 재질과 두께가 다른 여러 장의 강판을 목적에 맞게 재단한 뒤 레이저용접하는 것으로 자동차 경량화의 핵심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SK케미칼은 섬유업체에서 정밀화학 주력의 첨단업체로 변신하기 위해 개발한 '스카이그린 PETG 수지'가 가시적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제 품은 각종 플라스틱 소재의 대체재로 쓰인다. 지난해 하반기 울산공장에 연간 3만5000t의 생산설비를 완공해 올해 들어 한달 수량이 2000t에 이를 정도로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이는 가동 후 채 1년이 안된 시점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업계에서 놀 라운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에 연간 1만2500t 규모로 장기공급 계약을 맺는 등 품질면에서도 큰 호응을 얻음에 따라 올해 스카이그린 PETG 수지에서 만 총 500억원의 매출을 일궈낼 전망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시장잠재력과 현 생산능력만으로 연간 1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려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 제2공장을 건설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 라고 밝혔다. <민석기 기자 msk@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