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국일보의 [미래를 여는 사람들]이란 칼럼에 게재된 바이오벤처 '인투젠' 김대기 박사편입니다.----------------------------------------------------------- 바이오벤처 '인투젠' 김대기 박사(上)"암 조기발견에 획기적 전기 마련" "글쎄요, 믿을 만한 것인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1,000억원 정도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1999년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신약을 개발, 우리나라를 전세계에 10여개국에 불과한 신약 개발국 대열에 합류시켰다는 찬사를 받았던 김대기(45) 박사는 지금 바이오 벤처인 인투젠(www.in2gen.com) 사장으로 변신했다. 서울대 의대 암연구소 6층의 절반가량을 사용하고 있는 인투젠의 사장실에 만난 김 사장은 전형적인 과학자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짙은 눈썹에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그는 용맹한 군인이나 투박한 관리직 사원을 연상시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신생 벤처 답지 않은 인투젠의 좋은 입지와 시설,그리고 문은 커녕 변변한 칸막이 조차 갖추지 않은 사장실이었다. “6층의 전체의 절반가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50평쯤 됩니다. 국내의 400여개 바이오 벤처 중 가장 클 것입니다. 대부분의 바이오벤처는 대학이나 국책연구소에계신 분들이 학문적 레벨에서 세운 것들이어서 규모가 작습니다. 제대로 된 단백질 분석기를 가지고 있는 연구소는 인투젠을 포함해 국내에 4곳에 불과하니까요. 서울대병원 안에 있어 의학적 도움을 받기가 좋고, 암 환자의 혈액이나 세포 등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편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본업으로 하는 벤처가 사장실을 특별히 꾸밀 필요가 없잖아요. 게다가 저 역시 지금도 연구를 하고 있으니까 연구원들과 보다 더 가까워지는 것이 좋습니다.” "바이오는 대박 가능성 큰 사업" 인투젠은 김 사장이 13년간 몸담았던 SK케미칼이 생명공학분야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분사 형식으로 지난해 7월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분사와 함께 인투젠 대표를 겸임하게 된 김 사장은 올해 3월 이지바이오 등이 주주로 참여, 별도법인으로 확대 독립하기 까지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실장과 인투젠 대표라는 두 가지 명함을 가지고 있었다. “벤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직원들에게 스톡옵션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그룹에서 분리됐고, 이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도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나스닥에 등록하는데 2년반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출은 연 50억원 정도는 돼야 하니까요. 저도 스톡옵션 덕에 인투젠의 대주주가 됐어요. 주식을 공개하면 1,000억원 정도가 생길 것이라고도 하더군요.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 같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는 못했지만 이 같은 거금이 생기면 상속을 하지않고 더 좋은 곳에 써야겠다는 원칙 정도는 세웠습니다.” 그러나 인투젠은 아직까지 수입이 없다. 그러나 ‘대박’을 터뜨릴 잠재력은 있다. “바이오는 금방금방 사업화가 안됩니다. 임상실험에만 5년이 걸립니다. 인투젠이 문을 연지 1년3개월 밖에 안됐으니까 당장 매출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상품화가 가능한 여러가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이오의 특성상 성공을 한다면 큰 반향을 불러오게 됩니다. 단기사업으로 서울대 의대 윤보현 교수의 기술을 들여와 조산 조기진단키드 2종을 내년에 시판할 계획입니다.” 인투젠은 박사 6명을 포함해 20여명의 상근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미국 텍사스대학(A&M), 농진청 축산기술연구원, SK케미칼 등과 연구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방영주 서울의대 교수가 최고 과학경영자(CSO)로 참여하고 있다. “연구만 하던 사람이 사업에 뛰어들어 얼마나 힘드냐고 격려를 해주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달라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주주들을 모시는 것 빼고는 SK케미칼의 연구소장 때하던 일과 거의 같아요. 그 어렵다는 마케팅 쪽은 SK케미칼이 해주니까 저의 주된 업무는 소장 때처럼 연구와 연구인력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물론 저 역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재벌그룹이 출자한 벤처여서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도 많을 것 같다’는 질문에 ‘장점이 휠씬 더 많다’고 대답했다. “생명공학을 하려면 의학 생물학 화학의 3박자가 맞아야 합니다. 특히 벤처는 기업인만큼 연구를 상업화시켜야 합니다. 인투젠은 생명공학을 해서 암과 관련된 유전자, 단백질을 찾아 이를 토대로 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약은 화학입니다. SK케미칼이 이 화학 쪽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신약개발은 인투젠과 SK케미칼이 50 대 50 투자해 작업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나는 드러그 디자이너" 김 사장은 자신을 ‘드러그 디자이너(Drug Designer)’라고 부르고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디자인하는 것처럼 약도 디자인을 해야 합니다. 약의 화학적 구조를 바꿔 약효를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줄이도록 디자인하는 것이지요. 사실 요즘도 일주일에 2~3번씩 수원의 SK케미칼 생명공학연구소로 내려가 이 같은 디자인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항암제 개발로 이름난 그가 요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비아그라 같은 성기능 개선제. 3년전 시판된 비아그라는 복용한 사람 10명중 8명이 효험을 볼 정도로 약효가 우수하다. 그러나 복용 후 심장마비 증세가 발생, 목숨까지 잃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다. 또 마치 밤에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파란색 붉은색 등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목표는 비아그라 이상으로 약효가 우수하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성기능 개선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3년전부터 연구를 시작해 현재 서울대병원 비뇨기과에서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현재 동물실험 단계인데 약으로 시판하려면 적어도 5년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내년에 시판될 예정인 바이엘사의 바르데나필보다 우수해야 하니까요.시간도 시간이지만 다국적 기업의 막강한 마케팅 능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단계 임상실험이 끝나는 대로 아시아 지역 판권은 우리가 갖는 것을 조건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에 라이센스를 넘길까 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관심을 보이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그는 이와 함께 주전공인 ‘암과의 전쟁’도 계속 벌이고 있다. 인투젠은 게놈 기능연구를 통한 치료ㆍ진단체,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한 치료법과 의약품 개발을 두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많은 프로젝트가 암 치료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22번 염색체에서 새로운 암 관련 유전자를 발굴하고, 혈액내 면역세포인 세포독성T림프(CTL)가 이 새로운 암관련 암세포를 잡아먹도록 하는 백신을 개발해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한편 특허도 출원했다. “케이지란 특이한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위암 폐암 간암환자 90%가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정상인에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암과 직결된 유전자란 의미입니다. 케이지를 활용하면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혈액검사라는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면역세포가 케이지를 식별, 집중적으로 잡아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백신도 준비 중입니다. 유전자는 단백질이고,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케이지에 잘 붙을 수 있는 아미노산을 디자인해 백신이 케이지를 공략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국일보 2001.10.26[미래를 여는 사람들] 김경철 주간한국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