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김창근 부회장은 미국의 2009년말 Kellogg MBA 교수의 요청에 학생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서면으로 이뤄진 인터뷰로서 경영자로서의 깊은 철학과 개인적인 고뇌와 경영의지를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소개한다.
1. 부회장님은 바쁘십니다. 하지만, 자유 시간이 있을 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십니까? 그러한 활동을 어떤 분들과 함께 하시는지요.
CEO는 24시간 365일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그래서 자유시간이 사실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차량 이동, 수면 시간, 주말 등이 굳이 자유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쉬는 시간, 자유 시간이 아니죠. 잠자면서도 기업경영을 위해 고민할 정도니까요.
그래도 자유시간의 활용에 대해 말씀드리면 첫째 경영서적 탐독입니다. 시대 조류와 사업방향의 변화, 트렌드를 따라가고 또 리드하기 위해 경영 신간 서적은 물론 다양한 경영연구소의 발표 자료 및 서적을 꾸준히, 부지런히 읽고 있습니다. 시중 신간 서적을 포함해 SK경영경제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 다국적 컨설팅 펌 출판 서적 등을 꼭 찾아 읽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녹색경영, 지구환경 보존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건강관리 입니다. 경영자의 기본은 건강한 체력입니다. 이를 위해 매일 아침 심기신수련(스트레칭), 헬스장 등을 거르지 않고 나갑니다. 최근에는 집중력을 높이는 운동을 찾았는데 검도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세번째 주말 운동, 골프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잘 아시겠지만 골프모임은 사실 비즈니스 관련도가 높습니다. 주로 비즈니스 파트너,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 CEO 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말씀드리고 나니 위 내용도 경영 활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것들이네요.
2. 부회장님의 가장 중요한 취미 생활 3가지는 무엇입니까? 보통 누구와 그러한 취미생활을 함께하시는지요.
첫번째 질문과 연관하여 60년대 학번 세대의 CEO는 요즈음 이야기하는 '취미'다운 취미를 갖기 힘들었습니다. 24시간 비즈니스에만 경주해온 까닭이죠. 쉽게 접하기 쉬운 취미 활동인 당구, 카드게임, 고스톱 한 번 해보지 않았고 바둑도 접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있다면 학창시절부터 체력관리를 위해 꾸준히 해온 '태권도'일 것입니다. 대학시절 태권도장 사범도 하며 학비를 벌었습니다.
기업인이 되어서는 SK그룹 기업문화 중의 하나인 <심기신수련>을 SK임직원들과 매일 아침 40분간 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칭, 호흡,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맑게 하고 직장 선후배, 동료와 마음을 통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취미라면 앞서 1번에서 답변한 독서가 될 것입니다. 경영서적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읽고 책을 옆에 끼고 다니고 있습니다.
3. 최근 6개월 내에 내리신 가장 중요한 사업적 결정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분들과 의논하셨습니까?
참, 곤란한 질문인데. 최근에 정립하고 있는 SK케미칼 기업비전이 될 것입니다. 아울러서 신규사업 런칭과 부실사업 퇴출결정이 될 것입니다. CEO의 결정은 거의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내용이 동시 진행형입니다.
먼저 기업 비전을 '지구의 환경 보존과 인류건강의 증진'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69년 창사이래 첫사업이었던 폴리에스터 중심의 화섬사업에서 벗어나, 올해부터 그린케미칼 분야(Green Chemicals Biz)에서 지구환경을 보존하는 사업, 라이프사이언스 분야(Life Science Biz) 에서는 인류 건강 증진을 위한 사업에 포커싱한다는 비전을 정립했습니다. 이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신규사업을 증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관련 임원은 물론 오너 경영자인 부회장님을 모시고 깊은 토의를 가졌습니다. 그 결과 신재생에너지 관련 친환경플라스틱 등의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가시적으로 바이오디젤 사업을 성공적으로 런칭했습니다. 친환경, 녹색경영을 모토로 한 바이오디젤 사업은 기술적인 장벽, 제도적인 규제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2년 가까이 사전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갈고 닦은 덕에 비교적 순조롭게 출발했습니다. 올 초 공장 생산량을 확대하고 싱가포르에 수출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라이프사이언스 분야에서는 의료기기를 포함한 헬스케어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했있습니다. 제약사업을 기반으로 이미 신약 분야에서 3가지 신약을 개발한 바 있으며 항암제와 순환기계통에서 해외에 의약기술을 라이선스 아웃하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안되는 사업은 퇴출시겼습니다. 퇴출에 따른 금전적 손실도 크지만 인력 재배치를 포함한 새로운 전환이 CEO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죠. 구조조정 과정의 일환입니다.
긍정적인 구조조정도 있습니다. 아세테이트 사업을 매각했는데요. 미국 이스트만과 협상에 협상을 거듭하여 새로운 합작사를 설립, SK케미칼의 아세테이트 사업을 매각(이관)한 것이죠.
탈섬유를 추진하고 있는 SK케미칼은 순조롭게 긍정적으로 섬유사업에의 마지막 남은 부분을 유리한 입장에서 정리하게 됐고 이스트만은 국내 및 아시아시장과 생산거점을 확보한 결정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수원공장 사업장을 매각하는 결정, SK건설 주식을 매각하는 결정(58%가운에 40% 매각)을 내렸습니다. 특히 수원공장 관련해서는 부담되는 결정이었지만 한 건의 노사분규도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에 대해 노조 및 생산관련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른 책임은 전적으로 CEO의 부담입니다. 이 과정 중에 정확한 판단을 위해 그린케미칼 비즈(Green Chemicals Biz) 대표, 라이프사이언스 비즈(Life Science Biz)대표 등 사업책임자와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합니다. 각 사업을 가장 잘 알고 있고 책임지고 있는 담당임원과 팀장들과 반드시 소통을 합니다.
4. 최근 6개월 내에 내리신 가장 중요한 개인사적 결정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어떤 분들과 의논하셨습니까?
당황스런 질문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없습니다. 커다란 결정을 요할 만큼 중요한 국면이 없었다는 점이 큰 배경입니다. 평소 생각한 것이 있다면 자녀들(1남1녀)의 결혼인데, 정해진 것은 없지만 교제나 결혼 배우자에 대해 모두 본인의 뜻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 개인적인 결정이라면 결정입니다. 물론 아내와 상의했지요.
5. 부회장님께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누구와 상의하셨습니까?
두가지 질문으로 해석됩니다. 개인적인 결정과 경영자로서의 결정. 경영자로서의 결정은 두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IMF위기 과정에서 그룹 사업재편에 대한 결정이었습니다. 당시 SK그룹은 IMF정책에 따른 금융위기에 직면했습니다. 당시 구조조정본부장으로서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그룹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이 과정에 최종현 선대 회장님, 손길승 명예회장님, 현 최태원 회장님을 포함한 경영진 그리고 구조조정본부 임원들과 논의했습니다.
다음 사례로는 SK글로벌 사태에 따른 위기극복입니다. SK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으로 책임을 통감하고 과거의 부실과 과오를 인정했습니다. 본인의 결정입니다.
개인적은 측면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고 성공적인 결정은 '결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했던 본인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배우자 덕분에 기업활동과 경영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 부인에게 감사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결혼 상의요? 결혼은 본인이 하는 것이지요. 제가 결정하고 아내가 합의했습니다.
6. 부회장님께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활동은 무엇입니까? 그러한 사회활동을 함께 하시는 분들은 누구이십니까?
전국경제인 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분기 또는 반기 정기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회원기업과 함께 고민을 함께하고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중소기업과의 상생활동에 대해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영인들의 연구모임인 <21세기 경영인클럽>에도 열심히 참석하고 있습니다. 매월 조찬회, 제주도 경영포럼 등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집무실 밖에서 경영 관련한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재무출신이라서 그런지 금융권 관련 세미나와 대외행사도 자주 갖는 편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으로 국내기업의 노사화합 증진에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외 활동에 대해 특별히 성명을 거론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만 대부분의 회원사 CEO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경총, 21세기 경영인클럽, 하나은행 등 금융권 인사들과 자주 소통합니다. 대외활동에서 SK그룹 및 관계사 활동을 빼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그룹과 SK케미칼이 추진하는 행복나눔을 위한 사회봉사활동은 가리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7. 부회장님께서 사업적 결정을 내리실 때, 만약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보나 경험이 회사 내에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어떠한 방법을 이용해의사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나 경험을 얻으시는지요? 또한 그러한 방법을 어떻게 찾으시는지요?
가장 먼저 내부 전문가, 담당자로부터 의견과 정보를 청취하는 것이 순서겠지요. 전략기획실장, 재무지원실장, 각 사업 대표 등으로부터 보고와 견해를 듣습니다. 임원, 팀장을 포함해 가장 사업에 정통한 사내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룹 관계사의 네트워크도 참조합니다. 에너지 정보통신에 정통한 그룹 네트워크는 사업의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SK경영경제연구소의 연구원들의 정제된 정보, 최신 트렌드, 전망 등을 참조합니다. 크로스 체크를 위해 타 기업의 경영연구소 연구원, 소장 등과도 교류를 갖습니다.
그리고 증권가, 금융권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참조하게 되는데 이 정도면 국내는 물론 해외정보까지 충분히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 취득은 크게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우리 인력들의 실력이 크게 향상되었고 과거와는 달리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습니다. 휴대폰 몇 통화면 세계 곳곳의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시대니까요.
아마 이 점은 Kellogg MBA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니 여러분들이 오히려 저보다 더 뛰어날 것입니다. 저는 90년대 초 USC MBA를 마쳤습니다. 지금은 21세기 광속시대에 살고있는 여러분들이 한 층 더 앞서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8. 부회장님, Kellogg MBA학생들에게 인간관계(social network)에 관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등학교 교훈이었던 '지성(至誠)'으로부터 큰 의미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늘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란 말을 염두에 두고 살아 왔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기업과 사회, 저를 둘러 싼 모든 존재를 의미합니다. 어렸을 땐 부모님이기도 했으며, 나이 들어선 아내와 아이들이기도 하고, 회사 내에선 선·후배, 그리고 구성원들이기도 하지요. 정성을 다하지 않고 이뤄지는 일은 없다고 봅니다.
두 번째 모든 대인관계나 업무에서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절박하게 실행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내일을 준비할 것'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대인관계를 준비 해야 할 것입니다. 대충 생각하면 상대방도 여러분을 대충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 입장이 아닌, 상위 임원, 최고경영자 수준으로 고민의 수준을 올리길 당부합니다.
또 정성에도 수준이 있습니다. 단순한 정성가지고는 안된다는 뜻이죠. 고비사막에서 행군하고 갈증이 혀끝에 사무친 상태에서 물을 찾듯이 절박하게 정성을 다해 상대방을 배려하십시요. 벼랑끝에 선 심정으로 철저히 정성을 다해야 여러분을 둘러싼 친구 가족 기업 사회도 감동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간관계에 있어 To do와 Not to do를 강조합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 To do를 잘하여 일정 수준의 성공가도를 달려왔다고 생각됩니다. Kellogg MBA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이제는 Not to do에 관심을 가지고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로해야 할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은 분들이 좌절을 겪는 원인 가운데 하나가 하지 말아야할 것을 범하고 선을 넘는 것입니다. 때문에 실패의 길에 들어섭니다. 여러분도 성공한 경영자일 수 있고 성공의 길을 가신 분들을 많이 아실 것입니다. 반면 여러분이 떠올리는 실패자의 면면을 보십시요 능력이 모자라서,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간관계 측면에서 예를 든다면 존중은 커녕 무관심하거나 무시하는 등 하지 말아야 할 것 즉 Not to do의 선을 넘었기 때문이죠.
만족스러운 답변이 됐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